3 - “2등이 진짜 1등인 판” – 심사위원 구성과 눈치 게임
이 글은 건축 설계공모 로비 공론화를 위한 오픈채팅방 대화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기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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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참여자는 “심사 횟수가 아주 많은 교수들은 대체로 로비를 받는 것 같기도 한데, 이게 선입견일까?”라는 질문으로 말을 열었다. 이어 다른 참여자들은 실제 문제 공모전 사례를 링크로 공유했다. 해당 공모전에서는 지침을 위반한 당선안에 대해 탈락 팀들이 가처분을 제기하면서 수사가 시작되었고, 그 과정에서 줄줄이 위법 정황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누군가는 “지침만 안 어겼으면 그냥 조용히 지나갔을 일”이라며 씁쓸함을 드러냈다.
또 다른 공모에서는, 심사위원 중 상당수가 해당 지역 건축사이거나 지역과 관계가 깊은 인물들로 구성된 경우, 당선작과 입선작이 모두 “이미 짜여진 판”처럼 느껴졌다는 경험담이 이어졌다. 법규를 위반한 안이 입선까지 했다는 증언은 그 불신을 더욱 키웠다. 그럼에도 몇몇 건축가들은 심사위원 명단을 자세히 들여다보며 “이 사람과 저 사람은 적어도 영업은 안 할 것 같다”고 나름의 판독을 시도하고 있었다.
한편, ‘2등’의 의미에 대한 흥미로운 분석도 나왔다. 어떤 참여자는 “서로 영업으로 붙은 A사와 B사가 있을 때, 한쪽 세력이 우세하면 다른 쪽을 결선 전에 떨어뜨리려다가, 그 과정에서 전혀 상관없는 C사가 어부지리로 2등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참여자는 “짜인 판에서 2등을 한 적이 있다”며, 오히려 그 2등이 사실상의 1등에 가까운 결과라고 느꼈다고 했다. 모두가 동의한 건, “누가 봐도 1등은 말이 안 되는데 이런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분명 존재한다”는 점이었다.
심사평과 채점표의 모순 역시 공통된 불만거리였다. 한 사람은 이런 사례를 들려주었다. 같은 중정 아트리움을 계획한 두 안 중, 당선된 안에는 “환기가 잘 되고 실내 환경이 개선된다”는 긍정적인 심사평이 달렸지만, 떨어진 안에는 “공사비가 우려된다”는 문장이 붙었다는 것이다. 이에 다른 참여자는 “떨어뜨리려면 어떤 이유든 지어내면 되는 구조 자체가 문제이며, 제대로 된 피드백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심사 방식에 대한 논의에서는 투표제와 점수제 모두에 회의적인 시각이 드러났다. 투표제는 결국 세력 싸움으로 귀결되기 쉽고, 점수제 역시 일부 심사위원이 극단적인 점수를 주면 어이없는 안이 어부지리로 당선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떤 참여자는 “점수제도 한두 명이 폭탄 점수를 던져버리면 이상한 안이 올라간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공모에 참여하는 건축사들이 취할 수 있는 전략으로는 **‘심사위원 구성을 미리 검열하는 것’**이 제시되었다. “5명 심사위원 중에 2명이 로비를 받는 걸로 유명한 인물이라면, 그 공모는 애초에 들어가지 않는 게 낫다”는 의견이 나왔다. 반대로, 누군가는 그런 판이 너무 노골적일 경우 “어차피 1등은 정해져 있으니, 다른 영업사들이 빠질 거라 보고 상금을 노리고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며, 공모판이 일종의 ‘눈치 게임’처럼 돌아간다고 표현했다.
무엇보다도 반복되는 탈락과 의심스러운 결과는 건축사들의 자기 확신을 갉아먹고 있었다. “문제 없는 내 건축을 내가 의심하게 된다”, “판이 이렇다 보니 원래 몰라도 되는 지식을 억지로 알게 된다”는 말들은, 공모 시스템이 개인의 정신 건강까지 소진시키는 구조가 되어버렸음을 보여준다.
대화의 끝에서 한 참여자는 이렇게 정리했다.
“로비판에 뛰어들 생각이 아니라면, 심사위원 구성 등등을 사전에 잘 검열해서 괜찮은 공모전만 참여해야 정신건강을 지킬 수 있을 것 같아요. 물론 이렇게 공정한 설계공모 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면서요.”
또 다른 이는 언빌트나 스코어러 같이 상대적으로 공정하다고 여겨지는 플랫폼으로 공모가 몰려 경쟁이 치열해지는 반면, 많은 지방 공모에서는 여전히 공정성을 기대하기 어려워 참가를 꺼리게 된다고 덧붙였다.
2025-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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