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 심사위원 2~3명만 잡으면 이긴다는 공모판

이 글은 건축 설계공모 로비 공론화를 위한 오픈채팅방 대화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기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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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참여자는 일부 설계사무소가 공모 전후로 심사위원과 인맥을 쌓고 개별 접촉을 하며, 몇 명의 심사위원만 사전에 확보하면 당락이 좌우된다는 식의 관행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자신도 이런 장면을 직접 목격했지만, 이를 신고하려 할 경우 실명 공개와 내부고발자 낙인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당장 행동에 나서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입찰 과정에서도 특정 사무소에 전화를 걸어 “얼마에 써 달라”고 요청하고, 낙찰 후 설계비를 나눠 갖는 방식이 암묵적인 관행처럼 굳어져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참여자들은 설계비 3억, 10억 규모는 물론, 1억대 사업까지 크고 작은 로비와 학연·지연의 영향을 받는다고 느끼고 있었다. 한 사람은 “1억 살짝 넘는 것들 말고는 다 한다”는 체감을 공유했고, 다른 사람은 “3억짜리도 당선되면 몇 년은 먹고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현실 속에서, 단순한 노력과 설계 퀄리티만으로는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구조에 대한 깊은 회의감이 이어졌다. 예전에는 지방으로 내려가면 실력 차이가 눈에 띄어 ‘잘하면 티가 나는’ 순간이 있었지만, 지금은 전체 수준이 올라간 탓에 아무리 공을 들여도 “실력으로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을 갖기 어렵다는 것이다. 게다가 심사 과정에서는 제출안의 기본적인 법규나 지침 위반조차 제대로 걸러지지 않는 사례들이 목격된다. 일조권을 명백히 위반한 안이 당선되거나, 실시설계 단계에서 고치면 된다는 식으로 지침 위반이 가볍게 넘어가는 장면들이 그것이다.

심사위원 구성과 자격에 대한 문제의식도 크다. 공모 당선 경험이 전혀 없는 인물이 심사위원으로 앉아 있는 현실이 납득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나오는 한편, 로비로 당선된 건축사가 다시 심사위원이 되는 상황은 더 큰 모순으로 받아들여진다. 유튜브로 생중계되는 심사 역시 충분한 대안이 되지 못한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채팅창을 막아두거나, 정회 시간에 방송을 끄고 주요 논의를 진행하는 듯한 모습은 “수박 겉핥기식” 투명성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참여자들은 단순한 탄식을 넘어, 시스템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지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심사위원을 비공개로 운영해 최소한 노골적인 로비의 통로를 줄여보자는 의견, 무기명으로 50명 가까운 대규모 심사단이 투표하는 구조를 도입해 소수 인맥에 의존하기 어렵게 만들자는 제안이 나왔다. 현상안 제출자들이 서로의 안을 보고 투표하는 방식에 대한 논의도 있었으나, 자기 안만 찍는 구조가 될지, 혹은 최소한 마감 퀄리티가 부족한 안은 자연스럽게 걸러질지에 대해 의견이 갈렸다.

지침서 준수 여부를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강하게 제기되었다. 지침 위반을 ‘경미한 사항’으로 취급하지 말고, 공정성을 지탱하는 최소한의 장치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 심사위원 평가제 도입, 참가자 의견서 제출 제도 등 심사 과정 전반에 대한 피드백 루트를 만들자는 제안이 뒤따랐다. 유튜브 라이브에서 참여자들의 채팅을 실시간으로 반영하는 방식 역시 하나의 대안으로 언급되었지만, 현재는 오히려 채팅창을 닫는 추세라는 점에서 제도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오갔다.

행동 방식에 있어서는 개인 고발보다는 집단 행동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는 분위기였다. “개인이 소리 질러봐야 의미 없다. 건축사 100인을 모아 공동 고발을 하자”는 목소리와 함께, 현상참여 실적제를 도입해 일정 수준 이상 성과를 낸 팀에게 최소한의 기회를 보장하는 방안도 언급되었다. 다만 이 모든 논의에는 법적 리스크, 증거 확보, 실제 실행력의 한계가 함께 따라온다는 점이 공유되었다.

대화 후반부에는 치열한 공모 경쟁 속에서 1인 건축사들이 겪는 번아웃과 멘탈 소진에 대한 공감도 이어졌다. 경쟁률 50:1, 100:1, 200:1을 넘는 공모판 속에서, “조금만 더 하면 될 것 같다”는 희망과 “공모 지옥에 빠진 것 같다”는 절망이 동시에 표현되었다.

2025-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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